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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층에 사는 어떤 여자가 삶이 너무 힘들어

석암 최영훈 2024. 8. 25. 10:22

11층에 사는 어떤 여자가.. 

삶이 너무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뛰어내렸다.
그런데 뛰어내리면서 보니까.. 
 
10층에서는 금슬이 좋고 화목하던 부부가 싸우는 게 보였고 
9층에서는 밝고 유쾌하고 잘 웃던 남자가 우는 게 보였고 
8층에서는 남자들과 말도 하지 않던 여자가 바람피는 게 보였고 
7층에서는 건강하기로 소문난 여자가 약 먹는 게 보였고 
6층에서는 돈 많다고 자랑하던 남자가 일자리 찾는 게 보였고

 
5층에서는 듬직하고 정직하던 남자가 여자 속옷 입는 걸 보았고 
4층에서는 닭살커플로 엄청 사랑하던 연인이 헤어지려고 싸우는 걸 보았고 
3층에서는 남녀관계가 복잡하다던 할아버지가 혼자 보내는 걸 보았고
2층에서는 이혼하고 남편을 욕하던 여자가 남편을 그리워하는 걸 보았다. 
 
"11층에서 뛰어 내리기 전에 나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사람마다 말 못할 사정과 어려움은 다 있구나~  
다시 생각해보니 나도 뭐 그렇게 불행한 건 아니었다.

내가 이렇게 죽으면 저 사람들이 나를 보고 뭐라고 할까?

그들도 나를 보며 자기는 괜찮다고 자기위안을 하겠지.."

 

여자는 갑자기 억울한 생각이 확 들어서.. 그 억울한 마음에 비명을 지르다가

자기 비명 소리에 자기가 놀라서 깨고 보니 꿈이었다. 한바탕 꿈이었던 것이다.

그 여자가 또 뛰어내릴 생각을 했을까?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이다 ㅎㅎ

 

그렇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내가 미처 보지 못 하는 부분이 있다. 아주 많다..

세상에 대해서만 그럴까? 남들에 대해서만 그럴까?

나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 * ----- 

 

상처를 입은 독수리들이 벼랑으로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날기시험에 낙방한 놈. 짝으로부터 버림받은 놈. 윗독수리한테 할퀸 놈...

그들은 자기 만큼 상처가 심한 독수리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의견에 모두 찬성하였다.

그때 망루에서 파수를 보고 있던 독수리 중의 영웅독수리가 이들에게 다가왔다.

"왜 죽으려 하는가?" "괴로워서 차라리 죽으려고.."

"나는 어떤가? 상처 하나 없을 것 같지? 이 몸을 봐라."

 

그가 날개를 펴자 여기저기 빗금진 상흔들이 보였다.

"이 상처들은 너희와 같은 상처들이다.

그러나 이것은 겉으로 나타난 상처에 불과하다.

마음의 빗금자국은 헤아릴 수도 없다."

영웅독수리가 말하였다. "일어나 날자꾸나.

상처 없는 새들이란, 이 세상에 나자마자 죽은 새들 뿐이다.

살아가는 우리 가운데 상처 없는 새가 어디 있으랴!"

 

 

-햇빛엽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