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 따라 변한다
수행자 두 사람이가 방하나 사이를 두고 묵언수행을 합니다.
왼쪽 방에 있는 수행자는 신경이 예민해서 옆방에서 공양하는 소리,
세수하는 소리, 운동하는 소리를 듣고 그 소리 때문에 정신 집중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할수록 머리로 온갖 생각을 해 냅니다.
결국 옆방 수행자는 자신의 수행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니 더욱 그 소리에
민감해졌습니다. 특히 물소리에 예민하여 물소리가 나면 급기야 “벽을 쾅쾅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옆방 수행자도 그 벽 두드리는 소리에 신경이
곤두섰습니다. 그래서 두 수행자는 주지스님에게 중재를 해 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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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방에 있는 수행자는 나라는 생각에 집착을 하고 있습니다.
내가 소리를 듣고 상대가 소리를 낸다는 생각에 집착을 하고 있습니다.
“내가 수행하고 있으니 너는 나를 알아서 모든 것에 조심해야 해”라고
생각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누가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순간부터 괴로움이 시작됩니다.
누가 내 말을 듣고 따라주기를 바라는 순간부터 괴로움이 시작됩니다.
내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내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남의 생각은 다른 것입니다.
내가 아무리 훌륭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내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남의 생각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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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모두 자기중심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합니다.
그러므로 내가 생각하는 것과 남이 생각하는 것은 다릅니다.
이런 현실을 바르게 알지 못하면 괴로움을 피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누가 나를 잘못되었다고 비난해도 그 말에 반응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그 순간에 그렇게 느꼈을 뿐이지 다음 마음은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은 조건에 따라 계속 변하고
그런 현상을 보는 내 마음도 조건에 따라 변합니다.
조건에 따라 변하는 흐름을 그 누구도 멈추게 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내가 바라는 어떤 것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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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목이 마르면 물을 스스로 먹습니다.
목동이 목마르지 않는 소에게 억지로 물을 먹이려는 것은 목동의 욕심입니다.
아무리 좋은 학문이라도 아직 그 공부를 할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 억지로
권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세상 사람의 생각이 다름을 아는 것이 지혜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도(道)입니다.
감사합니다.
자비불교정토회
정인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