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한담

베풀고 배려하는 삶(자리이타)

석암 최영훈 2012. 7. 26. 12:18

 

내가 불교에 귀의한 것이 아마도 36살쯤인 것 같다 그 나이가 되도록 나는 누구를 배려하거나 베푼다는 것은 모르고 오직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이고 편협한 삶을 살아왔던 것 같다 불교를 만나고 불교를 배우면서부터 조금씩 나 이외의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갖게 되고 배려하는 마음과 보시와 봉사라는 것에도 눈을 돌릴 수가 있었다

 

그때부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물질적인 것이나 정신적인 면에도 나름 신경을 써온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내 자신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상황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불교 관련 복지시설들에 작지만 후원금도 보내게 됐고 생전 처음 봉사라는 것도 다녀봤다 지금은 승가원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소쩍새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유지될 때 16년 전 매주 일요일마다 봉사를 한다고

찾아갔던 적이 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직원들이나 스님께 여쭈어 이것저것 거들어 주는 식이었고 두서너 번 방문했을 때부터는 자발적으로 내 할 일을 찾아 할 수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남자 정신장애 가족이(15~6세)옷을 입은 채 용변을 보고는 그 상태로 변을 흘리며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마침 보육교사들이나 스님도 없는 상태고 봉사활동을 온 한 여성조차 다 큰 남자라 어쩌지 못하고 당황하는 것을 목격했다

 

내 자신 원래 비위가 약해 그런 것은 쳐다보지도 못하는 체질이었기에 그때 역시 눈을 돌리고 다른 일을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귀한 시간 내서 도움을 준다고 온 내가 나 하고 싶은 것 편한 일만 하다 간다면 도대체 여기에 온 목적이 무엇일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하던 일을 멈추고 그 가족의 팔을 이끌고 세면장으로 데려가 악취가 진동하고 엉망이 된 그 가족의 몸을 깨끗이 닦아줄 수가 있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그 상황을 해결하고 나니 비로소 정말 내가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된 것 같았고 스스로도 만족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행하던 활동이 10여회가 될 무렵 몸에 문제가 생겨 못 가게 되고 건강문제로 서너 달을 빠지게 되다 보니 나중에 몸이 회복 됐을 때는 다시 방문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그때 내가 느낀 것이 남을 돕는다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고 내 자신이 복이 있어야만 남에게도 베풀 수가 있는 것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거기까지가 내 복의 한계였던 것 같다 만약 그 당시 건강에 문제만 없었다면 아마도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활동을 계속 유지하며 지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생각해보면 봉사활동을 한다고 자신의 귀한 시간을 쪼개 타인을 위해 쓰는 분들이 정말 대단한 분들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봉사활동을 하시는 많은 분들이 한결 같이 말을 한다 봉사활동은 남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정신적으로 더 유익한 일이라고

 

그렇다 봉사활동을 해본 사람이라면 느끼겠지만 봉사는 남보다는 자기에게 더 큰 보탬이 되고 자신의 가치를 더욱 성숙시키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또한 불교의 인과법으로 봤을 때도 남에게 베푸는 것은 결국 복을 짓는 행위이기에 상대보다는 내 자신에게 더 유익한 일인 것이다 봉사활동을 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고 그 땀과 열정의 댓가는 반드시 큰 공덕이 되어 자신에게 복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