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한담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석암 최영훈 2025. 2. 4. 17:10

선 그리고 악

 

70년 가까운 인생을 살며 화두로 떠오른 선과 악의 정의 과연 어떤 것이 선이고

어떤 것이 악일까 단순하게 생각해 타인에게 해를 끼치면 악이고 도움을 주면 선이라는 것

이런 것은 누구나 아는 일반적인 생각이다 

 

불교에서는 개차법이라는 것이 있다 큰 악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작은 악을 짓는다는 

예로 불교에 오계 중 가장 큰 것이 살생죄다 그리고 거짓말 죄는 그 밑에 속해 있는 작은 죄다 

사냥꾼이 사슴을 잡기 위해 쫓아갔으나 행방을 몰라 근처에 있던 사람에게  사슴의 행방을 물었다 

사슴의 행방을 알고 있는 이 사람 솔직하게 말하면 사슴의 생명을 죽게 하는 간접적 살생을 하게 된다 

그래서 살생죄를 짓지 않으려면 그보다 작은 죄인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사안에 대해 경중을 가려 행동을 하라는 것이 개차법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인생사가 이처럼 판단하기 쉬운 것들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문제다 

 

임진왜란 당시 서산대사와 스님들이 왜군에 맞서 많은 살생을 했다 

이 부분 역시 개차법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그 전쟁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면 

무고한 수많은 사람이 생명을 잃게 된다 그렇기에 더 크고 많은 악을 방지하기 위해 

출가하고 수행을 하는 스님들이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에 공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불교에서 말하는 인과법을 생각해 볼 때 

그렇게 침략을 당하고 생명을 잃고 하는 모든 것이 지난 생의 과보고 공업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과연 그렇게 대항해 상대를 죽여야 하는 것이 타당한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든다 

 부처님 재세 시 부처님 고국인 카필라국을 침략한 코살라국 유리왕을 몇 번이나 설득해 

전쟁을 막으셨지만 결국은 모든 것이 지난 생의 과보이기에 어쩔 수가 없다고 하시면서

모국이 멸망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셨다고 배웠다 

 

임진왜란 당시 그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전생의 과보는 끝났을 텐데 반항하며

살생을 한 업은 또 다음 생에 업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계속 순환되는 업

그것을 끝내려면 아무리 억울한 상황이라도 순응하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닐까

옛날의 어느 고승들은 상대가 자신을 죽이려고 해도 아무 저항 없이 순순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모두가 지난 생의 과보이기 때문에......

 

우리가 영웅으로 받들고 존경하는 이순신 장군 안중근 의사 등등 그분들은 우리가 보기에는

영웅이고 애국자지만 일본인 입장에서는 적이고 살인자일 것이다

불교의 가르침으로 봤을 때  선악을 가리는데 어떤 테두리를 정해서 내 편이면 선이고

반대편이면 악이라고 규정을 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만 같다 

 

칭기즈칸 같은 이는 영웅으로 불리고 히틀러는 악인으로 불리는 것 똑같은 전쟁 범죄자고

수많은 생명을 빼앗은 살인자들인데 어디에 근거를 두고 그렇게 규정을 하는지

매국노 이완용 그리고 독립투사를 예를 들어 

이완용이 매국을 해 나라를 팔았지만 만약 그가  평소 자비와 보시정신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베풀었다는 가정을 하고 독립투사인 사람이 비록 독립운동은 했지만 평소 삶에

남을 해하고 악을 행하며 살았다면 과연 우리는 누구를 칭송하고 누구를 비난해야 할지

어떤 이가 선이고 누가 악일지  다수와 소수에게 끼친 영향 그런 것의 경중을 따져

판단을 해야 하는지 너무 어렵기만 한 것이 이 선과 악에 구분이다 

 

부처님의 가르침 안에서라면 선악을 구분 짓는 잣대를 인간과 짐승 국가와 국가 그리고

가족과 타인 간에 차이를 두고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장에서 내 편이 전사하면

슬퍼하고 상대가 전사하면 환호하는 이런 현상들 다 같은 귀한 생명이고 전생에는 내 가족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이런 것이 과연 옳은 행동인지 회의스러워진다 부처님께서 생존해 계신다면

이 의문을 해소할 수가 있겠지만

지금 이 시대에 누가 과연 이런 문제에 대해 명쾌한 답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