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암 최영훈 2024. 8. 21. 09:41

제가 아는 한 사람이..

직장생활이 하도 힘들어서 템플스테이를 갔었다고 합니다.

그날 템플스테이에는 여러 명이 참가하고 있었는데

주지스님이 "고민 있는 분은 저녁공양 드시고 내 방으로 오세요."

그래서 갔더니 차 한 잔씩 따라 주시고는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어떤 고민 때문에 왔는지 이야기를 해 보라고 하시더랍니다.

그래서 각자 자기 사연을 늘어놓기 시작했는데..

들어보니 참 고민도 다양하고, 사연도 다양하고..

 

그런데 그렇게 남들 얘기를 듣다보니

막상 자기 순서가 왔을 땐 할 말이 없더랍니다.

그들의 괴로움에 비해서 자기 고민은 고민도 아니었던 것이죠.

"결정적인 것은 어떤 사람이,, 나이도 별로 많지 않던데 무슨 암 말기라고 하면서

이젠 치료할 방법도 없어서 병원에서도 손 놓고.. 몇 달 살지 못하는 그런 처지인데

그동안 정신적으로나 좀 고통을 줄여볼까 해서 왔다고 하는데..

거기에서 내가 회사일 때문에 힘들어서 왔다고..

그 말은 차마 못 하겠더라구~~"

 

그렇지요..

여기 '공들의 신세한탄' 이야기가 있습니다.

 

배구공 : "난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는지 허구헌날 싸대기만 맞고 사냐? 된장!!"

축구공 : "그래도 넌 다행이야. 난 맨날 발로 차이고, 머리로 받치고.. 드럽고 서러워서 못 살겠어.."

야구공 : "이런~ 닥쳐라! 난 매일 몽둥이로 쥐 터진다. 이따금씩 실밥도 터지고.. 말을 말아야지.. ㅠㅠ"

그때 말없이 보고만 있던 골프공이 입을 열었다.

골프공 : "니들 쇠뭉둥이로 맞아봤냐?"

 

그런데 여기서 만약 배구공의 발언순서가 맨나중이었다고 하면

자기 고민을 말할 수 있었을까요?

누구는 몽둥이로 실밥이 터지도록 얻어맞는다 하고

또 누구는 쇠몽둥이로 얻어맞는다고 하는데..

그 앞에서 싸대기 좀 맞는다고..

투덜댈 수는 없을 겁니다.

 

여기에 희망의 힌트가 있습니다. 괴로움 소멸의 길..

꼭 상대방을 바꾸지 않아도, 꼭 상황이나 처지를 바꾸지 않아도

내 생각을 바꾸면.. 생각의 각도만 바꾸어도 괴로움이 소멸하는

이 기적 같은 희망의 힌트를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햇빛엽서-